비소세포폐암 진단 과정에서 종격동 림프절 전이 여부 확인은 가장 중요한 단계로 꼽힌다.  

흉곽 중앙 폐 사이 공간인 종격동에서 림프절 전이가 확진되면 암 병기가 3기 이상으로 껑충 뛰고, 수술만으로 치료가 어려워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수술 전 시행한 CT나 PET-CT 검사에서 종격동 림프절 전이 소견이 뚜렷하지 않은 1 ~ 2기 환자도 경우에 따라 종격동 림프절 조직검사를 하는 이유다.

특히, 폐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보면 종양이 폐 중심부에 위치할 경우 수술 전 종격동경(mediastinoscopy) 검사 또는 초음파내시경-세침흡인술 (EBUS-TBNA) 검사를 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하지만, 입체적인데다 원추형 모양인 폐의 중심부가 어디인지 확실치 않다는 게 문제다.

학계에서도 공통 정의가 없다. 대체로 미국에서는 폐 안쪽 3분의 1 지점을, 유럽에서는 3분의 2 지점을 폐 중심부라 부른다. 기준선도 다르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정병호 교수, 신선혜 임상강사·영상의학과 정동영 전공의 연구팀이 이 같은 문제에서 착안해 진행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학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유럽호흡기학회지(European Respiratory Journal, IF 12.244)에 게재됐으며, 발행 당시 학회지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장식했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2014년부터 2015년 사이 치료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영상 검사상에서 원격 전이가 발견되지 않았고, 림프절 전이도 없는 환자 1,337명을 대상으로 종양의 발생 위치와 종격동 림프절 전이 여부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선 환자들의 CT 검사 영상에서 폐문 또는 몸의 정중선을 기준으로 3분의 1과 2 지점을 지나는 곳에 동심원 형태의 가상선을 그렸다. 또 정중선에서 같은 위치에 시상면으로 나눈 선을 그었다.

이 선들을 각각 폐의 중심부라고 보고, 이 곳과 다른 곳 종양의 종격동 림프절 전이율를 분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종 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확진된 환자는 93명(7%)이다.

이들의 암 발병 위치를 토대로 나머지 환자와 통계적으로 비교하자 종격동 림프절 전이 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몸의 정중선을 기준으로 내측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점으로 나타났다.

종양이 이 지점보다 내측으로 넘어서면(그림에서 왼쪽방향) 다른 곳보다 종격동 림프절 전이 위험이 2.13배 더 높았다. 종양 위치 외 환자들간 나머지 요소들을 통계적으로 보정을 거쳐 나온 결과다.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자 간유리음영결절을 제외하거나, 고형결절만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도 2배 이상 높은 결과를 유지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정병호 교수는 “폐 중심부에 생긴 암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짐에 따라 환자의 치료방향에 대한 결정도 보다 정밀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 환자 예후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상 검사상 림프절 전이가 없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또 실제 림프절 전이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중심부 종양의 정의를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정헌 기자  medi@medi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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