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는 환자의 유전자 정보에 기반해 항암제를 선택, 환자별 맞춤화되어 진행된다. 이와 달리, 뇌졸중은 어떤 작용기전으로 발병하느냐에 따라 치료의 접근이 달라진다.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는 연구논문을 통해 서양인과 동양인 간 뇌졸중 작용기전에 극명한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의 발병원인은 소혈관 질환(작은 혈관이 막혀 발생)에 의한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소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뇌출혈이나 미세 출혈에 의한 출혈성 뇌졸중 위험이 더 높다. 뇌졸중 진료지침이 대부분 서양인의 임상시험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국내 뇌졸중 치료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그렇다면, 뇌졸중도 환자 개개인의 따른 맞춤 약물치료가 가능할까? 최근 신경과 김범준 교수는 과거 뇌출혈이 있었거나, 미세출혈이 다발성으로 관찰된 환자를 대상으로 뇌경색 예방에 대표적인 약물인 ‘아스피린’과 비교적 출혈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실로스타졸’을 비교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1. 대혈관 질환 2. 심인성 색전 3. 소혈관 질환 4. 원인불명.
1. 대혈관 질환 2. 심인성 색전 3. 소혈관 질환 4. 원인불명.

연구 결과, 실로스타졸은 아스피린 대비 심뇌혈관질환의 2차 예방에 있어 동등한 효과를 보여줬으며, 특히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포함)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즉, 출혈 위험이 높은 동양인 환자는 2차 예방으로 실로스타졸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은 혈관이 막힘에 따라 원활한 혈류 공급이 되지 않아 뇌가 망가져 발생한다. 큰 혈관이 좁아져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즉, 죽상동맥경화증의 원인은 혈전이다. 2차 예방을 위해서는 혈전 제거를 위한 항혈전효과가 강한 약물(아스피린)이 효과적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
경희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

반면, 소혈관에 의한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은 높은 혈압에 의해 혈관벽이 점차 두꺼워져 발생한다. 이에 따라 항혈전효과가 강한 약물보다는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약물(실로스타졸)이 더 적합하다. 

또한, 대뇌 소혈관 질환은 뇌출혈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상대적으로 출혈의 위험이 적은 실로스타졸이 좋은 대안이다.

김범준 교수는 “뇌졸중도 환자의 출혈위험, 심뇌혈관질환(심근경색, 심장질환 등), 약물관련 부작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후, 위험 대비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치료를 진행하는 맞춤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소혈관 질환자, 특히 국내환자의 뇌졸중 이차예방 간 적합한 치료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였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영국 의학전문지인 랜셋 신경학회지(Lancet Neurology:IF=26.28) 2018년 6월판에 게재됐으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등재됐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  medi@medi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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