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몇몇 당뇨병 신약들의 긍정적 심혈관 효과들은 심혈관 질환의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어떤 약제를 쓸 것인가에 대한 행복한 고민들을 더해주고 있다.

혈당조절의 고전적인 전략 즉, 얼마나 낮게,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일찍,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전하게 라는 개념에 개별 환자의 심혈관 유익을 최대로 보장하기 위해 어떤 약제를 선택할 것인가도 최근의 심혈관 임상시험(CVOTs)를 통해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당뇨병 치료 전략이 됐다.

당뇨병에 의한 심혈관 질환 연구에 최일선에 있는 김신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재 고려대병원 임상시험센터 센터장이면서 임상시험 글로벌선도센터 책임연구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진료의사 이면서 임상시험 전문가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나오는 약은 없습니다. 따라서 임상시험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심혈관 임상시험의 경우 FDA 승인에 목표를 두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과학적 임상, 메디컬 언멧 니드(unmet need, 아직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위한 임상이 아닌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허가를 받기 위해서, FDA 요구를 맞추기 위해서 고위험군의 환자를 대상으로 짧은 기간에 이뤄진 심혈관 질환 임상시험은 줄어들고 정말 과학적 중요사항과 환자들의 unmet need를 채워주는 연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메디트리티저널과 만난 김신곤 교수<사진>는 임상시험의 중요성과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김신곤 교수.(메디트리트저널 DB).
김신곤 교수.(메디트리트저널 DB).

김 교수는 최근 당뇨병학회 학술지에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진행된 대규모 심혈관 임상시험이 주는 교훈'(김남훈, 김신곤)을 통해 최근 들어 증거 수준이 매우 높은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들을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구가 비열등성을 증명하는 데 머물렀다는 점, FDA의 당뇨병약제 허가 기준이 변경된 지난 8년여 동안 단 하나의 약제도 심혈관 이슈로 퇴출되지 않았다는 점은 현재의 기준이 좀 더 선별적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초의 이슈를 제기했던 '아반디아' 마저 심혈관 안전성 측면에서 다른 약제와 다르지 않다고 판정된 마당에 규제 변경의 정당성은 더욱 커졌다고 분석됐다. '아반디아'는 GSK(글락소 스미스 클라인)이 판매한 당뇨병 치료제이다.

김 교수는 “많은 CVOTs를 해석할 때 그 연구의 의의와 한계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평가해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임상 의사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SGLT-2 억제제 계열의 임상시험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당뇨병 관리에 있어 심혈관 합병증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당뇨병 약제의 심혈관 관련 임상연구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은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고, 이로 인한 사망률도 높아서 당뇨병 치료가 기존과 같이 혈당만 강하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복합적인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구용 약제 중 유일하게 심혈관 위험 감소를 보인 SGLT-2 억제제 계열의 주요한 연구인 CANVAS, EMPA-REG, DECLARE의 디자인을 비교했는데, 모두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이나 분석 대상 환자군의 특성이나 연구 종료점에 다소의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 중 현재 진행 중인 DECLARE 연구는 세 연구 중 심혈관 질환이 없는 대상환자군의 비율이 가장 높아(전체 연구 대상 환자의 41%), 1차 예방에 대한 보다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EMPA-REG 연구에서 '자디앙'(성분명 : 엠파글리플로진)이 심혈관 사망 및 심부전 위험을 줄인다는 결과를 보인 것에 이어 CANVAS 연구에서도 '인보카나'(성분명 : 카나글리플로진)가 주요 심혈관계사건을 14%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메타분석을 통해 확인했던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효과가 계열 효과라는 추정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만, 좀 더 명확한 근거를 얻기 위해서는 향후 발표될 DECLARE 연구 결과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당뇨약제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개별 환자에 어울리는 적절한 약제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했다. 심혈관 위험 감소에 대한 확정적인 근거 마련을 위한 DECLARE 임상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며, 2019년 중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바꿀 'Triple Axel' 임상 개시=이런 가운데 김 교수가 주도하는 고려대병원 임상시험센터는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임상시험에 나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로운 임상시험은 당뇨병 치료의 고전적 방법인 단계적 추가요법이 아닌 초기에 3가지 약제를 병합해 치료하는 '트리플 악셀(Triple Axel)' 연구이다.

“처음 당뇨를 진단받은 사람들은 대게 고전적 치료방법으로 메트포르민 투약하고 안되면 설폰요소제 추가하고 다시 안 되면 DPP-4 inhibitor를 추가 하는 식의 단계별 추가요법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당뇨환자의 당화혈색소 조절율이 7%인 환자가 40% 밖에 안 된다는 것은 결국 고전적 치료요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치료요법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시작하는 트리플 악셀 요법은 저혈당과 체중 증가의 부작용이 없는 약제를 중심으로 초기삼제요법의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으로, 국내 8개 병원과 함께 다기관 임상 시험으로 진행하며 만약 이 시험이 성공한다면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김신곤 교수는 최근 메디트리트저널과 만나 “우리 병원은 7월 21일부터 환자등록을 시작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당뇨병 초기 환자에게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의 3가지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임상시험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했다.
김신곤 교수는 최근 메디트리트저널과 만나 “우리 병원은 7월 21일부터 환자등록을 시작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당뇨병 초기 환자에게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의 3가지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임상시험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했다.

트리플 악셀(Triple Axel) 다기관 임상시험은 고려대안암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연대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병원 8곳이 참여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다. 이 연구는 지난해 말 식약처 승인을 받아 고려대안암병원 임상시험센터가 academic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가 되었고, 고려대안암병원의 경우 병원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 승인이 끝나 7월 셋째 주말 부터 환자 등록을 시작한다.

김 교수는 “우리 병원은 7월 21일부터 환자등록을 시작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당뇨병 초기 환자에게 메트포르민,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의 3가지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임상시험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며 “함께하는 다른 병원들도 IRB 승인이 끝나 본격적인 다기관 임상시험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리플 악셀 임상시험이 시작된 근거는 김 교수가 고려대안암병원에서 첫 진단된 당뇨환자들 가운데 2년 동안 한 번도 당화혈색소가 7% 넘지 않은 환자와 올라간 환자를 비교 연구한 결과, 첫 3개월 동안 혈당이 얼마나 빨리 떨어졌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김 교수는 “결국 glucose-toxicity(포도당 독성)로부터 빨리 자유로워지는 것. 혈당이 정상으로 빨리 만들어지면 췌장은 그만큼 포도당 독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쉴 수 있게 된다”며 “약제보다 사실 이런 부분, 즉 진단 초기의 집중적 치료(Early intensive therapy)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트리플 악셀 임상시험의 개념은 초기 2년 동안 혈당을 정상으로 잡아두면 이후에 약을 많이 쓰지 않아도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에 대한 증명이다.

“처음부터 트리플 약제를 쓰면 어떨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했습니다. 단 저혈당이나 체중증가 등 부작용이 없는 약제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였죠. 그래서 메트포르민 경우 고용량으로 쓰지 않고, 고혈당을 잡아주는 약제로 SGLT-2 억제제과 DPP-4 inhibitor를 당뇨 초기 삼제병합요법으로 당화혈색소 8% 이상인 사람들에게 적용하면 이들 약제가 혈당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췌장이 충분히 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2년 동안 연구 지켜보면 초기 3제병합요법을 했던 사람들이 오래 동안 혈당이 정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 교수는 초기 혈당을 떨어뜨려 약을 줄이거나 중단해도 오래 동안 정상 혈당을 유지한 연구 결과로 하루에 네 번씩 인슐린 맞은 환자가 혈당이 정상화된 뒤에 인슐린을 끊은 경우와 1년 후에는 약을 중단해도 상당수에서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었다는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지속적인 연구 결과를 두고 봐야겠지만 이렇게 해서 2년 동안 연구한 이후 초기 3제 병합요법 그룹들이 혈당 강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없고 혈당이 오랫동안 정상을 유지하면 앞으로 초기 당뇨환자들에겐 처음부터 병합요법을 하고 2년 이후는 연구자에 맡겨 조절을 잘되면 약을 중단하거나 한가지 약제를 쓰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확대돼야"=임상시험은 크게 회사(제약사) 주도 임상과 회사가 스폰서 하지 않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 있다. 연구자 주도 임상 중에는 회사에서 펀딩만 또는 약만 제공하고 연구자가 컨셉을 가지고 주도하는 임상도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 더 많아 져야 한다. 왜냐면 회사 주도 임상은 신약에 대한 승인이라는 목적이 분명한데 반해 연구자 주도 임상은 승인된 약제라 하더라도 환자의 unmet need가 있다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신약 승인을 위한 회사 주도 임상을 하다보면 결과에 따라 기존 약제에 대한 가치가 역설적으로 부각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임상시험이 새로운 약제들이 기존 약제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 디자인되기 때문에 가설을 증명하지 못하면 기존 약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약이 기존약제에 대해 우월성을 증명하지 못한 조건이라면 그런 측면에서 실패한 임상연구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DPP-4억제제를 이용한 SAVER-TIMI, EXAMINE, TECOS 등이 표준치료 대비 심혐관 질환 위험도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것만 머물러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한 사례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결국 신약대비 고전적인 약제가 나쁘지 않다면 고전적 약제의 강점인 약값이 싸고 오랫동안의 사용 경험으로 새로운 안정성 이슈가 크게 없다는 것. 일례로 설폰요소제 경우 저혈당이라는 안전성 이슈에 대해 잘 알려져 있어 대처가 가능하다. 반면에 신약의 공통적 약점은 고전적 약제보다 비싸다는 점과 오랫동안 사용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전성 이슈 등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미래의료, 환자 특성 고려 약 선택하는 '개별화' 시대=안정성, 효능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이슈가 있음에도 기존약제가 퇴출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기존약제는 이미 부작용들은 잘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써 왔기 때문에 새로운 부작용 이슈가 생길 일은 없다는 강점이 있다”며 “오랜 경험을 통해 많은 증거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이를 Well established therapy 라고 부른다”고 했다.

일례로 김교수는 설폰요소제의 경우 저혈당 이슈가 있는데, 저혈당에 노출되지 않는 환자나 저혈당이 와도 잘 대처할 수 있는 환자에게는 설폰요소제는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이런 환자들에게는 기존약제가 가격 싸고 부작용이 극대화되지 않기 때문에 안 쓸 이유가 없다”며 “하지만 반대로 고령에 식습관이 불규칙하고 저혈당이 오면 대처할 수 없는 환자는 설폰요소제는 위험해 사용하면 안 되는 약제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로 환자의 여러 가지 특성을 고려해 환자에게 어울리는 약을 선택해 주는 것이 처방진료의 개별화이며, 미래의료가 될 것”이라며 “당뇨약 중에 특효약은 없다. 다만 개별환자에게 어울리는 좋은 약이 있을 뿐”이라고 피력했다.

김신곤 교수는 "미래의료에서 의사는 사이언티스트(Scientist)를 넘어 아티스트(Artist)로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곤 교수는 "미래의료에서 의사는 사이언티스트(Scientist)를 넘어 아티스트(Artist)로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앞으로 미래의료에 있어 의사는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제가 어울리는지 선택해 주는 것은 아트(Art)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증거(evidence)가 나오지만 증거를 해석하고 가치평가해서 내 환자에게 적절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적용하는 것이 의사에 더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며 “AI(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빅 데이터를 통해 증거를 만드는 것은 AI가 충분히 할 것이며, 결국, 그 증거를 통해 내 환자에게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진료의사의 역할이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당뇨관리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전적인 지표, 고혈당 정도, 동반질환, 유병기간, 췌장기능 등의 지표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발생한 사건과 사고, 이로 인한 심리적인 영향, 교육정도, 사회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한 처방과 케어가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며 “그런 미래의료에서 의사는 사이언티스트(Scientist)를 넘어 아티스트(Artist)로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정리 이승재 기자  mtjpost@mtjp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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