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시간과 검사비용을 줄이면서 높은 객관성과 정확도로 HER2(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2) 유방암 표지자를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검사법이 개발됐다.

서울의대 김영수(의공학교실)·서울대병원 유한석(병리과) 교수팀은 유방암의 중요한 생체지표인 HER2 단백질의 과발현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MRM-MS)'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국내 여성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은 해마다 증가해 매년 2만 2천여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 이중 20%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암세포의 성장 촉진 신호를 전달하는 HER2 수용체의 과발현으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왼쪽부터)김영수 교수 유한석 교수.
왼쪽부터)김영수 교수 유한석 교수.

재발률이 높고 생존 기간이 짧아 전체적인 생존율과 예후가 불량하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과 생존율 향상을 위해서는 HER2의 정확한 검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표적치료제인 허셉틴을 투여하기 위해서는 동반진단기법을 통해 HER2 단백질 표지자 혹은 유전자의 증폭을 사전에 꼭 확인해야 한다.

현재 면역조직화학염색 및 동소교잡법(Fluorescent in situ hybridization, FISH)이 HER2 표지자의 표준 검사법으로 널리 사용됐지만 한계가 있다. 두 단계의 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HER2 양성 판정 결과를 받는데 1주일가량 소요되고, 육안으로 양성도를 판정하기 때문에 주관적 판정이 이뤄질 수 있다. 양성 판정 분류기준도 매우 복잡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은 질량분석기에 의해 HER2 표지자의 고유한 질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미량의 단백질 발현량 차이까지 정밀하게 구별해주는 고감도 분석 기술이다.

또한, 단 한 번의 검사로 여러 표지자를 동시에 감지하기 때문에, 암 종류별로 복수의 단백질 바이오마커들을 동시에 검출해 여러 암의 발병을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10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침습성 유관암 진단을 받고 절제 수술을 받은 2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5단계(▲HER2 0 ▲HER2 1+ ▲HER2 2+/FISH- ▲HER2 2+/FISH+ ▲HER2 3+)로 나눠 유방암 HER2 단백질 표지자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은 5단계를 모두 유의하게 구별하고, 유방암 환자의 HER2 음성과 HER2 양성을 95%이상 정확도로 판별했다.

A: 유방암 HER2 단백질 표지자 검사결과,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은 5단계(HER2 0, HER2 1+, HER2 2+/FISH-, HER2 2+/FISH+, HER2 3+)를 모두 유의하게 구별할 수 있다.B, C: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을 이용하면, HER2 음성 유방암 환자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95% 이상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다.
A: 유방암 HER2 단백질 표지자 검사결과,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은 5단계(HER2 0, HER2 1+, HER2 2+/FISH-, HER2 2+/FISH+, HER2 3+)를 모두 유의하게 구별할 수 있다.B, C: 질량분석기 다중반응검지법을 이용하면, HER2 음성 유방암 환자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95% 이상 정확도로 구별할 수 있다.

이 검사법은 기존에 비해 검사결과 대기시간을 최대 14시간 단축시켰고, 검사비용도 약 30% 이내로 현저히 감소시켰다. 또한, 사람 육안으로 판독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주관적인 해석 요소를 고감도 장비인 질량분석기가 대신함으로써 검사의 객관성 및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보다 신속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 객관적인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영수 교수(서울의대 의공학교실)는 “새로운 최첨단 진단기술을 이용하면 한 번의 분석으로 유방암 표지자를 비롯해 최대 300개 이상의 암 표지자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을 활용한 정밀의료 및 진단 기술은 점차로 임상에 적용될 것이며 관련 플랫폼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임상화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임상화학회 임상화학(Clinical Chemistry)' 온라인판 최신호에 발표됐다.

우정헌 기자  medi@medi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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