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이사장 이한주)와 국회의원 백종헌, 대한간암학회 공동 주최로 27일 열린 온라인 국회 토론회에서 'C형간염의 국가적 관리 필요성'에 대한 정부, 학계, 환자 단체, 언론 등 전문가들의 심층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대한간학회 심재준 홍보이사는 “태풍, 코로나19, 전공의 파업, 국회 폐쇄 등 매우 열악한 여건에도 온라인을 통한 충분한 논의와 토론이 가능함을 확인했다”며 “오늘 100% 비대면 온라인 토론회 방식이 향후 정책토론회의 뉴노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대한간학회 임영석 총무이사는 “30년간 치료를 통해 환자와 가족, 국민들에게 C형간염이 얼마나 위중하며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인지 경험해 왔기에 절절한 마음으로 발표한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토론회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암 사망원인 2위이자 생산 활동 연령대 사망 원인 1위인 간암의 주요 원인이 C형간염임에도 불구, 그 위중성과 정부의 책임 있는 예방의 중요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국가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WHO가 ‘2030년까지 C형간염 박멸을 천명’하고 전 세계적 노력을 촉구, 미국, 일본, 대만, 프랑스 등이 이미 이에 부합하는 국가적 차원의 C형간염 선별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보다 의료 후진국인 이집트조차 올 해 C형간염을 퇴치한 세계 첫 번째 국가로 등극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C형간염 퇴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유병률 5% 미만, 비용효과성 등에 매몰된 채 C형간염이 국가건강검진 항목에서 배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간학회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을 검토하는 상기 두 조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첫째, 유병률 5% 미만 잣대는 검진 항목의 위중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예방 중심 국가건강검진 취지에 부합하게 질병의 위중성과 사회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C형간염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으로, C형간염은 대부분 간경화증, 간암으로 진행된 후 발견되므로 C형간염과 간암, 간경화증은 연결 질환으로 통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간염, 간경화증, C형간염을 모두 합산 시 질병 부담은 압도적 1위이다. 더욱이, WHO는 물론 미국 질병예방위원회 등에서는 대부분 증상이 없어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된 이후 발견되는 C형간염은 유병률과 상관없이 전국민 선별 검사가 비용효과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둘째, 우리나라 C형간염 유병률을 고려할 때 40-65세 모든 성인 대상 평생 1회 C형간염 선별검사 진행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결론이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이미 도출된 바 있다. 그동안 정부가 주된 근거로 인용해 온 2017년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타당성 연구결과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치료 성공률이 낮고 부작용이 심각했던 과거 치료법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C형 간염은 최근 의학 기술의 급진적 발전으로 완치 수준의 경구 치료법이 도입됐으나 정부 근거 연구에는 변화된 치료법의 효과와 건강 예후 관련 지표 등은 반영되지 않았고 기존 문헌만을 고찰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대한간학회는 코로나19로 감염병 조기 진단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지금이 바로 소리없는 감염병, ‘C형 간염’의 국가적 관리 시작의 적기라 강조했다. C형 간염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RNA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질환으로 백신이 개발되지 못해 예방이 어렵다. 하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됐고, 검사 방법이 손쉽고 비용효과적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최선의 예방법이다.

따라서 대한간학회는 C형간염의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위해 내년 시범사업에서 고위험군이 최대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이 최소 35억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올해 시범 사업의 예산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선택적 비뚤림이 있을 있음을 지적했다.

즉, C형 간염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주로 검진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시범 사업 유병률이 실제 유병률보다 낮을 수 있어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건강검진 도입이 필요 없다고 결론 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유병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놓지 않은 채 시범 사업 결과가 나오면 그때 논의하자는 것은 정책을 결정하는 적절한 방법이나 과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대한간암학회 정재연 총무이사는 “C형간염 연관 간암 환자 5명 중 4명은 뒤늦은 진단으로 나타났다”며 “C형간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간암 발생 위험비가 3배 이상 높아지므로 C형간염을 조기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학회 장재영 정책이사는 올해 실시되는 질병관리본부의 C형간염 조기 발견 시범 사업에 대해 환영을 표하면서도, “현재 8억 5천만원의 예산으로는 사업 대상 연령인 만 56세의 10%도 검사하기 힘든 현실이라며 2차 년도 사업 비용 증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범 사업에서는 C형간염 확진 검사인 RNA 검사까지 진행하므로 유병률이 상당히 낮을 수 있어 비용효과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형간염 선별검사의 비용효과성 연구를 주도한 바 있는 서울의대 정숙향 교수는 ‘우리나라 간암 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이며, 만성 간염에서 간암, 간이식 단계로 진행될 수록 직접 의료 비용이 각각 약 8배 증가, 75배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간염 단계서 치료하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임’을 언급했다.

더불어 “C형간염 선별 검사의 비용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되었고,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을 희망하는 현실이 정책 입안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지금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대응을 어떤 나라보다 잘하고 있는 것은 과거 메르스 사태 때의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2015년, 16년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겪고도 C형간염 국가검진항목 도입에 대한 진전은 없었다. 첩약 급여화 사업에는 정부가 500억 이상을 배정하면서 이미 WHO가 권고하고 세계 각국이 실천하고 있는 C형간염 발굴 노력은 미진하다”고 지적하며, “그 결과 정부가 검진 사업을 일찍 시행하지 않아 다른 나라처럼 간암 환자가 정부에 책임을 묻는다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 이형민 과장은 “WHO의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 천명에 따라 현재 44개국이 정책 입안 완료 및 제출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제출하지 못한 상태”라며 “간학회 통해 실시 예정인 시범 사업 결과에 따라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적극 검토 하겠다”며 “C형간염 신규 치료제의 국내 도입 신속 추진, C형간염 인지도 재고, C형간염 관리 관련 거버넌스 강화 등을 바이러스 감염 대응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관리실 임동하 실장은 “올해 C형간염 시범사업이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기 위해서는 건강검진 체계가 잘 활용되어야 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적극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시범 사업의 결과 해석 시에도 공감대가 잘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이화연 사무관은 “과거 시범 사업 결과에 대한 검진 항목 질 관리반 검토 결과 낮은 유병률, 불투명한 비용효과성 등을 이유로 2018년 C형간염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이 무산됐으나 이후 C형간염 국가검진 도입 필요성에 대한 지속적 요구로 올해 다시 시범 사업을 실시, 고위험군의 C형간염 유병률, 비용효과성 등을 토대로 검토해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보건복지부는 검진 후 발견된 환자 치료비가 많이 든다 해도 국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치료라면 국가건강검진에 검사를 도입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최영현 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는 “오늘 토론회의 주요내용은 높은 사망률과 의료비를 초래하는 간암을 관리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C형 간염의 조기진단 및 조기 치료의 필요성, 이를 위해 C형 간염의 국가건강검진 대상으로 조속한 확대가 요구되며, 이를 통해 우리의 간을 건강하게 관리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개선”으로 토론 내용을 요약했다.

대한간학회 이한주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엄중한 시기임에도, C형간염 논의가 시급히 진행된 이유는 C형간염 역시 국가적 관리가 필요한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오늘 토론회가 C형간염 조기 진단과 퇴치에 대한 실질적 대안 마련의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우정헌 기자  mtjpost@mtjp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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