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퇴치를 위한 정부의 의지와 의료계, 국민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기적을 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전 국가적인 C형 간염 퇴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국가의 사례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 

NEJM은 논문 인용지수(Impact Factor)가 70점 이상으로 글로벌 과학잡지인 네이처나 사이언스보다 더 높은 세계적인 의학저널이다.

나일강과 사막을 연상케 하며, 인구 1억명에 1인당 국민소득 2,500달러 수준의 아프리카 북부 국가 이집트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질병 퇴치 캠페인을 성공리에 수행,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이 때 인류의 지혜가 모이면 바이러스 질환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이 소식은 코로나19로 지친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한간학회(이사장 이한주·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한국간재단(이사장 서동진·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지원으로 2018~2019년 전남 구례군에서 'C형 간염 검진 및 치료 지원 사업'을 통해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비 감소와 사망위험 등 질병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바 있어 전 국가적인 사업으로의 확대 필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전 세계 인구의 1%를 감염시키고 있는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경변증과 간암 등 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만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퇴치 가능성을 보여준 이집트의 사례를 소개한 NEJM 2020년 3월 19일자(현지시각)의 보고에 따르면 C형 간염이 만연하던 이집트에서 전 국가적인 C형간염 퇴치 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유병률을 4.6%에서 0.5% 이하로 크게 줄였고, 신규 감염자수도 큰 폭으로 감소시켰다.

이집트는 1950년~1980년대 사이 광범위한 주혈흡충증 치료 과정에서 만성 C형간염이 만연, 성인 인구의 1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집트 정부 노력…대규모 치료·약제 비용 절감

2014년 C형간염 항바이러스제 신약이 개발되자 이집트 정부는 발빠르게 대처해 2018년까지 약 200만명 이상의 환자들을 치료했다. 

신약이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12주 치료 비용이 1인당 1,650달러였으나 2018년에는 약가협상과 저가약제 공급을 통해 약제비를 85달러까지 낮추었고, 이에 정부는 더 과감한 정책을 시도하게 됐다.

이집트 C형 간염 집단검진·치료 과정

2018년 5월 이집트 보건당국은 1년 안에 18세 이상 성인 6,250만명을 대상으로 집단검진 및 치료를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의료기관에 선별검사소를 설치하였고 공장, 사무실, 기차역, 사원, 경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검진 차량을 이용한 선별검사팀을 운용했다.

검진기간 동안 5,800~8,000개의 검진팀이 주 7일 하루 12시간씩 운영됐다. 신속진단키트(항체검사)는 협상을 통해 개당 0.58달러로 가격을 인하했으며,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 PCR)을 이용한 확진검사 또한 4.8달러의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본인 자발적 참여로 검진 진행

TV, 신문, 대형 옥외 광고판 등 대중매체를 이용한 공익광고가 검진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방영되어 참여를 독려했다. 라디오, TV 토크쇼 등에서도 C형간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편성되도록 협조를 구했으며, 문자메시지를 통한 공지도 대상자 전체에 발송됐다. 또 과거에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선별검사 전에 모두 제외됐다.

신속검사는 20분 이내에 결과가 나왔고, 양성자는 2주 안에 근처 병원으로 자동 예약을 통해 PCR 검사를 진행했고, 확진 결과는 5일 이내에 통보됐다.

최종 확진자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인 소포스부비르와 다클라타스비르를 12~24주간 병용 투여했다. 선별검사로부터 약제 투여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약 10일이었다.

집단 검진과 치료 효과

2018년 10월 1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7개월간 전체 대상 인구 6,250만명의 79.4%인 총 4,963만319명이 선별검사를 받았고, 검사에서의 양성률은 4.6%였다.

2019년 9월까지 분석된 결과를 종합하면, 선별검사 양성자 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우가 76.5%였고, 이 중 91.8%가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가 완료된 환자 중 98.8%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비용은 1인당 40.7달러가 소요됐다. 선별검사 양성자 1인당 추가 확진검사와 치료에는 총 130.6달러가 소요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간학회 임영석 총무이사(울산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검사 비용과 치료비를 정부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던 점이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으며, 정부와 의료계, 제약업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성공적인 사업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이러한 집단 검사 및 치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집트는 이번 퇴치 사업을 통해 C형 간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제한된 의료 자원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력의 바탕 위에서 집단 선별검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전략이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이집트의 이번 사례는 우리 의료계와 정부도 충분히 시행을 고려해 볼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간학회는 이미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개월간 전남 구례군에서 주민 4,235명을 검사해 17명을 확진, 치료하는 등 소규모 지역사회에서 C형 간염 퇴치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국내의 우수한 검진 시스템과 제약업계의 협조,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정부의 의지만 보탠다면 국내에서도 C형 간염 퇴치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우정헌 기자  medi@medi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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